세컨드 브레인을 포기했던 이유 — ChatGPT 대화 4년치로 다시 시작했다
"세컨드 브레인 만들어봤어요?" 라는 말을 요즘 꽤 자주 듣는다.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자기계발 커뮤니티에서.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어딘가 있어 보이고, 생산성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노션 템플릿을 공유하거나, Obsidian 설정 화면을 스크린샷 찍어 올리거나, "이렇게 정리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식의 콘텐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세컨드 브레인 콘텐츠는 빈 깡통을 앞에 놓고 시작하라고 한다.
"일단 Obsidian 설치하세요." "노트 폴더 구조는 이렇게 만드세요." "매일 읽은 것을 기록하세요."
막상 따라 해보면, 앱을 설치하고 예쁜 템플릿을 가져다 놓고는 —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1주일 뒤에 닫는다. 왜냐하면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아무도 안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쌓아두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수년치 지식을 어딘가에 쌓아두고 있다.
ChatGPT 창에.
투자 관련 질문, 건강 정보 검색, 업무 메일 작성, 여행 계획, 자녀 양육에 대한 궁금증, 공부하다 막힌 개념 질문 — 이 모든 것들이 ChatGPT 사이드바에 조용히 쌓여 있다.
문제는 꺼내 쓸 수가 없다는 거다.
어떤 내용을 이미 물어봤다는 건 알겠는데, 사이드바를 끝없이 스크롤해야 하고, 검색이 잘 되지 않고, 결국 "그냥 다시 물어보는 게 빠르다"는 결론이 난다. 한번 물어본 걸 또 물어보고, 이미 정리해둔 내용을 또 만들고 있다.
ChatGPT가 세컨드 브레인이 아니라 검색도 안 되는 메모장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ChatGPT에 묻혀 있는 것을 꺼내는 방법
ChatGPT에는 그동안의 대화를 전부 내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ChatGPT → 설정 → 데이터 제어 → 내 데이터 내보내기
요청하면 며칠 내로 이메일로 파일이 온다. ZIP 파일을 풀면 대화 전체가 담긴 파일이 들어 있다. 4년치 대화를 내보냈더니 파일 12개에 1,054개 대화가 있었다.
이 파일이 있으면 준비는 끝이다.
Obsidian에 넣으려면 — 이 부분을 Claude Code가 해준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막힌다. 내보낸 파일을 Obsidian이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직접 하기엔 복잡하다.
Claude Code(터미널에서 실행하는 AI 도구)를 열고 이렇게 말하면 된다.
"ChatGPT에서 내보낸 파일들이 있어. 이걸 대화 하나당 마크다운 파일 하나로 변환해줘. Obsidian에 넣을 거야."
Claude Code가 변환 작업을 직접 처리해준다. 실제로 해보니 1,054개 대화가 각각 하나의 노트 파일로 바뀌었다.
단, 처음 시도에서는 파일이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0개. ChatGPT 내보내기 파일의 구조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과 달라서 생기는 문제였다. "변환이 안 됐는데 왜 그런지 봐줘"라고 했더니 Claude Code가 원인을 찾아 수정해줬다. 이 과정 포함해서 30분 정도 걸렸다.
코드를 직접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결과만 확인하면 됐다.
파일 이름 정리 — "날짜 빼줘"
변환된 노트에는 처음에 날짜가 앞에 붙어 있었다. Obsidian에서 주제별로 탐색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됐다. 비슷한 주제 노트들이 날짜 기준으로 흩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Claude Code에게 "파일 이름 앞의 날짜 부분을 전부 빼줘"라고 하면 일괄 처리해준다.
1,054개를 카테고리별 폴더로 나눴다
파일 1,054개가 한 폴더에 다 들어 있으면 Obsidian에서 볼 수가 없다. 세컨드 브레인이 아니라 쓰레기 더미다.
카테고리로 나눠야 했는데, 파일이 너무 많아서 수동으로는 불가능했다. Claude Code에게 맡겼다.
"파일 이름을 보고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서 분류해줘. 내가 주제 목록을 먼저 제안해볼게."
주제 목록은 직접 정했다. AI가 알아서 정하면 너무 이상한 기준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내 생활에 맞는 카테고리를 먼저 생각해두고 Claude Code에게 넘기는 방식이 가장 잘 됐다.
최종 분류 결과:
| 카테고리 | 파일 수 |
|---|---|
| 업무·비즈니스 | 175개 |
| 게임 산업 관련 | 140개 |
| IT·앱·기술 | 111개 |
| 투자·금융 | 92개 |
| 육아 | 88개 |
| 건강·의료 | 81개 |
| 여행 | 73개 |
| 해외 생활 | 60개 |
| 언어·번역 | 59개 |
| 기타 | 75개 |
육아 카테고리가 88개 나왔을 때 좀 놀랐다. 아이 관련 궁금증을 ChatGPT에 그만큼 물어봤다는 뜻이다. 분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노트끼리 연결하고, 그래프 뷰에 색 입히기
Obsidian의 진짜 강점은 노트 간 연결이다. 비슷한 주제의 노트를 열면 관련 노트들이 링크로 연결되어 있고, 그래프 뷰에서는 노트들이 주제별로 덩어리를 이루는 걸 볼 수 있다.
비슷한 주제끼리 연결하는 것도 Claude Code에게 맡겼다. "비슷한 주제끼리 서로 링크를 달아줘"라고 하면 된다.
그래프 뷰에서 카테고리별로 색상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도 Claude Code에게 "각 폴더별로 다른 색을 입혀줘"라고 요청하면 설정 방법을 알려주거나 직접 적용해준다.
세컨드 브레인이 실제로 쓸모 있으려면
세컨드 브레인 관련 콘텐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이 있다.
채워넣는 것보다 꺼내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트를 잘 정리해두면 뭐가 좋은가. 나중에 비슷한 문제를 다시 마주쳤을 때, 처음부터 다시 검색하거나 AI에게 처음부터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이미 한번 고민했던 흔적이 남아 있고, 그걸 출발점으로 쓸 수 있다.
작업 후 실제로 달라진 것은 두 가지다.
투자 관련 종목이나 섹터를 다시 들여다볼 때, Obsidian에서 검색하면 이전에 비슷한 내용을 정리한 노트가 나온다. 거기서 이어서 생각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생활 정보나 여행 계획을 다시 찾을 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검색하는 일이 줄었다.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일부 노트는 분류가 완전히 맞지 않기도 하고, 오래된 대화는 내용이 단편적이라 맥락이 불명확하기도 하다. "그냥 쌓아두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정도가 솔직한 평가다.
이 과정에서 코딩이 필요한가
Claude Code를 터미널에서 실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터미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첫 발걸음이 좀 낯설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이 작업을 하면서 코드를 직접 짠 건 없다. Claude Code에게 원하는 걸 말로 설명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은 "이게 잘못됐는데 고쳐줘"라고 하면 됐다. 프로그래밍 지식보다는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Claude Code 설치와 기본 사용법은 이전 글을 참고하면 된다. → Claude Code를 처음 쓰는 직장인을 위한 설치 및 시작 가이드
세컨드 브레인, 빈 깡통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부터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이미 ChatGPT에 쌓아둔 수년치 대화 기록이 있다면, 그게 이미 세컨드 브레인의 원재료다.
완벽한 구조를 설계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먼저 꺼내두는 게 실제로 더 쓸모 있는 세컨드 브레인으로 이어졌다.
이 글에서 사용한 Claude Code 버전은 2026년 6월 기준입니다. ChatGPT 내보내기 기능과 파일 형식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